Day 8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오늘의 말씀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29절)"
묵상 개요
-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도마는 그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 다른 제자들이 "우리가 주를 보았노라"고 전했지만, 도마는 직접 보고 만지지 않고는 믿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 여드레 뒤, 예수님께서는 다시 제자들 가운데 나타나셔서 도마에게 먼저 손을 내미셨습니다 —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 그 순간 도마는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라는 신앙의 절정을 고백했습니다.
- 예수님은 그 고백 위에 복음의 씨앗을 심으셨습니다 —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깊은 묵상
도마는 왜 그 자리에 없었을까요? 성경은 그 이유를 말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는 십자가의 충격으로 혼자만의 슬픔 속에 틀어박혀 있었인지도 모릅니다. 혹은 더 이상 희망을 붙들기가 두려워 공동체로부터 스스로 물러났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살면서 그런 순간을 맞이합니다. 기도 모임에 나가기 싫고, 예배 자리가 멀게 느껴지고, 혼자 있고 싶은 때. 도마의 이야기는 그 자리를 비운 것이 도마로 하여금 부활의 첫 기쁨을 놓치게 했음을 조용히 보여 줍니다. 공동체 안에 있을 때, 우리는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주님의 임재를 다른 이의 고백을 통해 전달받습니다. 믿음은 홀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내가 그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믿지 아니하리라." 도마의 말은 차갑고 완고하게 들리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깊은 상처와 간절함이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사랑했기에 그분의 죽음 앞에서 더 크게 무너졌을 것입니다. 의심은 때로 믿고 싶지만 또다시 상처받는 것이 두려운 마음의 언어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도마를 정죄하거나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여드레를 기다려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의심의 무게를 아십니다. 그리고 그 의심 한가운데로, 정확히 우리가 있는 그 자리로 걸어 들어오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에는 여전히 못 자국과 창 자국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부활은 고난의 흔적을 지워버린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상처들이 그대로 영광 안에 안겨 있었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아픔과 상처를 모른 척 넘어가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겪는 고난, 낙심, 슬픔 — 그것들이 부활의 빛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됩니다. 우리의 상처는 수치가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셨다는 흔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 흔적을 마주한 도마의 입에서 터져 나온 고백은 요한복음 전체의 정점이었습니다.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그는 예수님을 단순한 기적의 스승이나 부활한 선지자로 고백한 것이 아니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했습니다. 의심의 끝에서 가장 깊은 신앙 고백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의심을 통과한 믿음은 더 깊어집니다. 쉽게 얻은 믿음은 쉽게 흔들리지만, 질문하고 씨름하며 붙든 믿음은 뿌리가 깊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 고백 너머, 우리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눈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2000년의 증언과 성령의 역사 안에서, 그리고 우리 삶 속에서 일하시는 주님을 신뢰하며 믿습니다. 부활 신앙은 눈에 보이는 증거가 다 갖춰진 다음에 갖는 믿음이 아닙니다. 아직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바라며 걸어가는 것, 의심의 안개 속에서도 주님의 손을 붙드는 것 — 그것이 부활 신앙입니다. 예수님은 그 믿음을 '복되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새기기
- 나는 지금 어떤 의심과 질문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지 못하고 있습니까? 그 질문을 숨기지 말고, 도마처럼 솔직하게 주님 앞에 가져오십시오. - 내 믿음이 흔들릴 때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공동체를 멀리하고 혼자 움츠러드는지, 아니면 주님과 형제자매 앞으로 나아오는지 돌아보십시오. - 내 삶의 상처는 지금 어떤 자리에 있습니까? 그 상처를 주님의 못 자국 앞에 내어 놓을 수 있습니까? -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 — 이 고백이 나의 일상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까? 고백은 예배 순간만이 아니라, 오늘 하루의 선택과 태도 안에서 나타납니다.
부활절 묵상 기도
"부활하신 주님, 저의 의심과 두려움 가운데로 찾아오신 것처럼, 오늘도 이 자리에 찾아와 주십시오. 보지 못하면서도 믿음으로 나아가는 은혜를 허락하소서. 저의 상처가 주님의 영광을 가리는 장애물이 아니라, 주님이 함께하셨다는 증거가 되게 하소서. 도마의 고백이 오늘 저의 고백이 되게 하옵소서.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