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사명으로의 부르심)
오늘의 말씀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어린 양을 먹이라 하시고 (15절)"
묵상 개요
- 부활하신 예수님은 갈릴리 디베랴 호숫가에서 제자들을 다시 만나셨습니다. 밤새 고기를 잡지 못하고 지쳐 있던 그들에게 먼저 찾아오셔서 숯불을 피우시고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 식사를 마친 후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세 번 반복하셨습니다.
-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했기에, 세 번째 물으실 때 마음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 그러나 예수님은 그 아픔의 자리에서 베드로를 정죄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내 양을 먹이라"는 사명을 세 번 다시 맡기셨습니다.
- 그리고 베드로가 어떤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인지를 말씀하시며,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깊은 묵상
갈릴리 호숫가의 숯불 앞에서 베드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 숯불은 단순한 모닥불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 대제사장의 뜰 안에도 숯불이 피워져 있었습니다. 추위에 떨며 그 불을 쬐던 베드로는 바로 그 자리에서 세 번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갈릴리의 숯불은 그 밤의 기억을 고스란히 불러왔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모르셨을 리 없습니다. 숯불을 피우신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베드로가 가장 아파하는 그 기억의 자리로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베드로의 실패는 매우 분명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뜨겁게 "주를 위해 목숨도 버리겠다"고 말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그 다짐은 한 여종의 물음 앞에서도 무너졌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스스로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베드로는 그 실패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다시 갈릴리로 돌아가 그물을 잡았는지도 모릅니다. 사명자로 부름받기 이전의 자리, 그냥 어부였던 자리로 돌아간 것입니다. 실패한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뒤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베드로가 돌아간 그 자리까지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먼저 밥을 차려 주셨습니다. 심문도, 추궁도, 책망도 아니었습니다. 밥이었습니다. 주님은 상처 입은 사람을 회복시키실 때 먼저 그의 필요를 채우십니다. 그 따뜻한 식사 자리가 끝난 후에야 예수님은 물으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이 질문은 심판의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회복의 질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세 번의 부인을 세 번의 사랑 고백으로 덮어 주셨습니다. 베드로가 부인할 때마다 예수님은 아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픔을 관계의 끝으로 삼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정확히 세 번, 같은 횟수만큼 다시 물으심으로써 그 상처 위에 새로운 고백을 쌓아 올려 주셨습니다. 주님의 은혜는 우리의 실패보다 많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님이 베드로의 과거를 묻지 않으셨다는 점입니다. "왜 그랬느냐", "그때 왜 도망쳤느냐"고 묻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지금을 물으셨습니다. "지금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나님은 우리의 과거 실패에 우리를 묶어 두지 않으십니다. 그분의 시선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마음을 향합니다. 실패는 우리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 아닙니다. 하나님 안에서 실패는 더 깊은 사명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사랑의 고백 위에 사명을 얹으셨습니다. "내 어린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세 번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이것이 주님의 방식입니다. 실패한 자리의 수만큼 회복의 기회를 주시는 것. 사명은 완벽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상처를 알고, 실패를 경험했으며, 그럼에도 다시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연약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제 연약한 양들을 진심으로 품을 수 있는 목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라." 사명의 무게가 두렵고 자신이 없을 때, 주님이 주시는 대답은 언제나 이것입니다. 어떻게 감당할지를 먼저 알려 주시는 것이 아니라, 먼저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주님을 따르는 한 걸음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새기기
- 나는 과거의 실패 때문에 주님 앞에서 위축되어 있지 않습니까? 베드로처럼 뒤로 물러나 예전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 실패의 기억을 주님 앞에 내어 놓으십시오. 주님은 그 자리까지 찾아오십니다. - 지금 주님이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뜨겁게 고백했던 그 처음 사랑이 지금도 살아 있습니까? 식어버렸다면, 그 솔직함 자체를 주님 앞에 가져오십시오. 주님은 완벽한 고백보다 진실한 마음을 원하십니다. - 주님이 내 실패의 횟수만큼 회복의 기회를 주고 계심을 믿습니까? 하나님은 우리의 가장 아픈 기억의 자리로 찾아오셔서 그것을 은혜로 덮어 주십니다. 아직 용서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그 자리가 있습니까? - 하나님이 내게 다시 맡기시는 사명은 무엇입니까? 실패 이후에도 주님은 사명을 거두지 않으십니다. 내가 감당해야 할 "양들"은 누구입니까? 오늘 나를 향한 주님의 "먹이라"는 부르심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부활절 묵상 기도
"부활하신 주님, 실패의 기억 앞에 움츠러든 저에게 오늘도 찾아와 주십시오. 베드로를 찾아오셨던 것처럼, 제가 돌아간 그 자리까지 걸어오셔서 먼저 말을 걸어 주소서. 과거의 부인과 도망침이 저를 묶지 않게 하시고, 지금 이 순간 주님을 사랑한다는 고백 위에 새로운 사명을 세워 주옵소서. 제 연약함이 오히려 주님의 양들을 더 깊이 품을 수 있는 자리가 되게 하시고, 어떻게 감당할지 몰라도 주님만 따라가는 믿음을 허락하소서. 나를 따르라 하시는 주님의 음성에 오늘도 일어나 응답하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