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
엠마오로 가는 길의 뜨거운 마음
오늘의 말씀
"그들이 서로 말하되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하고 (32절)"
묵상 개요
- 예수님의 죽음 이후 두 제자는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라는 마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발걸음에는 무너진 소망과 깊은 낙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 그들은 예수님이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분이라고 기대했지만, 십자가의 죽음은 그 모든 기대를 산산조각 낸 것처럼 보였습니다.
- 부활하신 예수님이 그들의 곁에 나타나 함께 길을 걸으셨지만, 그들의 눈은 가려져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 예수님은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시고, 모세와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성경 전체를 통해 하나님의 계획을 풀어 설명해 주셨습니다.
- 그날 저녁 함께 식탁에 앉아 떡을 떼실 때, 그들의 눈이 열려 주님을 알아보게 되었고 — 그 순간 예수님은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습니다.
- 두 제자는 즉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부활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깊은 묵상
엠마오로 향하는 두 제자의 발걸음을 잠시 따라가 봅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을 등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예루살렘은 그들이 모든 것을 걸었던 소망의 자리였고, 이제 그 소망이 십자가 위에서 처참하게 끝나버린 곳이었습니다. 그들이 길을 걸으며 나누는 이야기는 슬프고 무거웠습니다. "우리는 그가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라고 바랐노라." 바랐노라 — 이 짧은 과거형 안에 얼마나 큰 절망이 담겨 있는지 모릅니다. 그들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꿈이 깨진 자리를 떠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려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런 길을 걸어본 적이 있지 않습니까. 간절히 기도했지만 응답받지 못한 것 같은 순간, 믿었던 것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 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그 자리에서 조용히 돌아서는 발걸음. 엠마오로 가는 길은 그 모든 낙심의 길을 대변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길 위에서 예수님이 다가오셨습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주님은 그들을 책망하거나 "왜 믿지 못하느냐"고 다그치지 않으셨습니다. 먼저 물으셨습니다. "너희가 길 가면서 서로 주고받고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냐?" 주님은 그들의 슬픔을 들으셨습니다. 낙심한 마음을, 무너진 기대를, 혼란스러운 질문들을 — 다 말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아픈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다 쏟아낼 때까지 기다려 주십니다. 그리고 나서 예수님은 말씀을 펼치셨습니다. 모세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선지자의 글을 통해 하나님의 크신 계획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제자들이 절망한 이유는 십자가를 실패로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가 하나님의 계획의 실패가 아니라 완성이었임을 말씀을 통해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가 낙심하는 많은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하나님의 이야기 전체를 보지 못하고, 지금 이 장면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말씀은 우리에게 더 넓은 시야를 줍니다. 고통의 장면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섭리를 바라보게 합니다. 두 제자는 나중에 서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그들은 그 순간 주님인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말씀의 능력입니다. 말씀이 임할 때, 우리 안에서 무언가가 살아납니다. 차갑게 식었던 마음이 다시 불붙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때도, 알아보지 못할 때도, 주님은 이미 우리 곁에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 불씨는 식탁에서 활활 타올랐습니다. 예수님이 떡을 들어 축사하고 떼어 주실 때, 그들의 눈이 열렸습니다. 평범한 저녁 식사 자리였지만, 그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이 드러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자리에서도 스스로를 나타내십니다. 거창한 순간이 아니어도 됩니다. 함께 말씀을 나누고, 함께 밥을 먹는 그 소박한 자리에서 주님은 만나 주십니다. 두 제자는 그 길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낙심하며 등졌던 그 도시로. 뜨거워진 마음은 방향을 바꿉니다. 주님을 만난 사람은 돌아섭니다. 낙심의 길을 걷던 발이 이제 소망의 길로 향합니다. 오늘 우리의 발걸음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까.
자신의 마음에 새기기
- 내가 낙심하여 등지고 있는 자리는 어디입니까? 무너진 기대 때문에 조용히 돌아서고 있는 꿈이나 관계, 혹은 신앙의 자리가 있습니까? 그 낙심의 이야기를 주님 앞에 솔직하게 내어 놓으십시오. - 지금 내 곁에 함께 걷고 계신 주님을 알아보고 있습니까? 알아보지 못했던 그 순간에도 주님은 제자들과 함께 걸으셨습니다. 지나온 내 삶을 돌아볼 때, 몰랐지만 주님이 함께하셨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습니까? - 말씀을 통해 내 마음이 뜨거워졌던 경험이 있습니까? 언제 마지막으로 말씀 앞에서 마음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까? 그 뜨거움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내가 돌아가야 할 자리는 어디입니까? - 주님을 만난 후 나의 발걸음은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까? 두 제자는 만남 이후 즉시 돌아섰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경험한 사람은 방향이 바뀝니다. 오늘 나의 삶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부활절 묵상 기도
"부활하신 주님, 낙심하여 돌아서는 저의 곁에 오늘도 찾아와 주십시오. 알아보지 못하는 저에게 말씀으로 먼저 말을 걸어 주시고, 식어버린 제 마음을 다시 뜨겁게 하여 주소서. 지나온 길 위에서 함께 걸어오셨던 주님의 손길을 기억하게 하시고, 낙심의 길을 돌이켜 다시 소망의 자리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말씀 안에서, 그리고 함께하는 식탁 위에서 주님을 만나는 은혜를 허락하소서. 아멘."